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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11’이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아직 진행 중이죠.

삼성전자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시즌을 노린 작년 말부터 펼치고 있는 마케팅 활동입니다.

스케일이 ㅎㄷㄷ한데 뭔가 좀 문제가 있는 듯 하네요. 과연 뭘까요?

우선 갤럭시 11이 뭔지 알아보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000년, 레알 마드리드는 갈락티코(Galactico) 정책이라 불리는 전대미문의 전략을 밀어붙였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한 팀으로 불러모으는 것이죠.

피구, 지단, 호나우두, 베컴 등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어도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스타들이 레알 마드리드로 모여들었습니다.

가히 우주정복도 가능할 듯한 호화 멤버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구방위 수준에 그쳤습니다.

호화 멤버들의 활약으로 팀 순위에 날개를 달릴 것만 같았지만

멤버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만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버전, 아니 삼성전자 버전으로 거듭났습니다.

이것이 갤럭시 11이죠. 공교롭게도 이름마저 같은 의미의 ‘은하수’네요.

대략적인 내용은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외계인에 맞서 몇몇 선수들이 축구로 지구를 지킨다는 겁니다.





이런 식의 광고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서 많이 봐와서 낯설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축구로 지구를 지키겠다는 취지는 좋구요.

하지만 나이키나 아디다스에 비해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스포츠용품 업체가 아니라 전자제품 회사라서 그런 걸까요?

이 부족한 디테일은 미국 대표팀에 탈락한 도노반에게 응원 트윗을 날렸다가 삭제했다는

‘삼성, 헛발질 마케팅으로 망신’ 기사에서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헛발질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제로다운 포메이션?

갤럭시 11에는 감독인 베켄바우어를 비롯해 총 13명의 선수가 선정되었습니다.

아마도 2명의 아시아 선수는 후보일 듯 합니다.

문제는 포메이션이죠. 13명의 선수 중 공격수는 8명과 미드필더는 4명, 골키퍼는 1명으로

전무후무한 제로다운(제로톱 반대 정도?) 포메이션을 탄생시킨 것이죠.

아마도 승부차기로 지구를 구할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럼 수비는 누가 할까요?

참고로 감독인 베켄바우어는 ‘축구사를 빛낸 혁명가’, ‘그라운드 위의 사령관’으로 불린 뛰어난 수비수였습니다.

올해 70세죠.


선수 이후 감독으로도 성공한 베켄바우어가 갤럭시 11의 감독인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13명의 선수는 지구의 운명을 건 축구에 팔려간 나머지

자국의 16강 진출이나 본인의 엔트리 포함은 등한시했다는 게 안타까운 것이죠.






메시와 호날두

메시는 갤럭시 11에서 가장 먼저 뽑힌 멤버입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뽑힌 선수는 호날두죠.

두 선수의 네임밸류를 고려했을 때 아마도 삼성전자는 메시와 호날두의 순서를 고민했을 듯 합니다.

월드컵 16강 결과는 어떤가요?

‘메시 원맨팀’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얻는 아르헨티나는 아예 대놓고 ‘우리의 전술은 메시’라며 당당한 자세입니다.

기대만큼 메시는 조별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를 무사히 16강에 안착시켰죠.


그럼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가장 열심히 뛴 선수 한 명을 꼽자면 아마 호날두가 1순위가 아닐까요?

독일에게 캐발린 1차전을 제외하고 2경기 동안 1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포르투갈의 전술은 호날두’가 아니었나 봅니다.

역시 공은 둥글고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죠.


영원한 라이벌 메시가 4골로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갤럭시 11에서도 주장은 호날두가 아닌 메시입니다.





월드클라스와 듣보잡

메시에 이어 괴체와 오스카 도스 산토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괴체와 오스카의 공통점은 만 21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월드클라스라는 점입니다.

조별리그 결과 괴체는 1골, 오스카는 1골 2도움으로

우승후보로 꼽히는 독일과 브라질의 16강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을 영입한 삼성전자의 탁월한 선택이라 할 수 있죠.


반대로 갤럭시 11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우 레이라고 하는데 중국 축구의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베켄바우어로 기대감을 주고 메시에서 집중시킨 후 괴체와 오스카로 분위기를 이어 갔지만

우 레이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다른 멤버에 비해 듣보잡 느낌을 감출 수 없는 우 레이.

중요한 점은 중국은 일찌감치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겁니다.

13억 인구라는 엄청난 시장을 월드컵에 묻어가려 한 삼성전자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대표팀 엔트리 탈락 3인방

앞서 언급했던 삼성전자의 헛발질 마케팅은 미국의 도노반만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 엔트리에는 끼지 못한 선수는 이탈리아의 엘 샤라위와 콜롬비아의 팔카오도 있죠.

물론 훌륭한 선수들은 확실합니다.

또한 메시와 호날두 정도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모르는 선수들이라는 것도 확실합니다.

엘 샤라위는 런닝맨에 얼굴을 비췄으니 이제 알만할 거라고 인정해 줘야 할까요?

이탈리아가 탈락했으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을 듯 하네요.

참고로 콜롬비아와 미국은 팔카오와 도노반이 없어도 16강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에는 이청용

드디어 한국입니다. 사실 이청용이든 누구든 상관없을 결과였습니다.

차라리 손흥민이 갤럭시 11 멤버였다면 어땠을까요? 아… LG 모델이군요.

그럼 이근호는? 상무소속이라 광고를 찍을 수 없나요?

아마도 삼성전자에서는 박주영이 아니었던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베켄바우어가 아니라 홍명보가 갤럭시 11 감독이었다면?

끔찍하네요.





스페인의 침몰과 잉글랜드의 상처 입은 자존심

조별리그에서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인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

네덜란드의 반 페르시와 로벤 콤비는 무려 4골을 뽑아내며 전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것도 카시야스를 상대로 말이죠.

카시야스는 조별리그 2경기 동안 7골을 내주며 무적함대 스페인이 침몰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세계적인 공격수지만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루니.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드디어 첫 골의 달콤함을 맛보았지만 광탈의 씁쓸함도 함께 맛보았죠.

제라드, 램파드와 함께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지키려 분투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만 받았습니다.


현재 갤럭시 11과 외계인의 축구 경기는 전반전이 종료되었으며 3:1로 외계인이 앞서고 있습니다.

카시야스는 3실점, 루니는 무득점을 기록 중입니다.



미안하다. 모르겠다.

나이지리아의 빅터 모제스와 러시아의 케르자코프.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케르자코프는 한국 대 러시아전에서 동점골 오프사이드 논란의 주인공이긴 했죠.

모제스는… 아마도 나이지리아 국가 대표팀이어서 갤럭시 11 멤버가 된 듯 합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인구 7위지만 인구증가율은 1위. 삼성전자의 잠재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겠죠.

러시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징적인 시장입니다.


비록 기.승.전.병(맛) 멤버 선정이었지만 몇몇 선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광고가 될 수 있었던 갤럭시 11.

부족한 디테일 때문에 이마저도 힘들어졌습니다. 마치 광탈한 한국 대표팀을 보는 듯 하네요.


어제는 루니가 괜히 갤럭시 11 관련 트윗 날렸다가 팬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죠.

그래도 어쨌든 관심은 끌었으니 성공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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