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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이 안 얄밉게 소록소록 내리는 것 같아 기분까지 좋네요!
이럴 때는 따뜻한 방에서 달콤한 코코아 한 잔에 바삭한 쿠키 씹으면서 잔잔한 영화 한 편 보는게 제일이지 않을까요? 막 팡팡 터지는 그런 영화보다 약간 지루한 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그런 영화요.

오늘 같은 날 보고 싶은 영화 중 맨 먼저 생각난 게 바로 이 영화

‘네버렛미고’ 입니다.



 

 

영국 기숙학교 아이들의 삼각관계, 그러나 이들… 뭔가 이상하다?


전원에 위치한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
이 곳의 학생들은 조금은 낡은 듯한 교복을 입고 서로 머리를 땋아주며 깐깐한 교장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려깊고 조용한 성격의 캐시,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루스, 감정 표현에 서툰 토미까지 세 사람은 서로를 챙겨주며 그들만의 우정을 이어가려 하지만… 남녀 셋이 모이면 뭔가 사고가 나더라도 나는 법…! 적극적인 루스가 토미를 꿰차면서 셋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음, 뭐야 하이틴 러브스토리?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생활을 합니다. 학교 울타리 경계를 넘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는 것, 전자 팔찌를 통해 수시로 출석 체크를 한다는 것, 누군가 버린 듯한 물건을 소중한 보물처럼 간직한다는 것 입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복제인간’ 입니다.

 

 

 

 

서정적으로 풀어낸 S.F 러브스토리


복제인간,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 많으시죠? 아일랜드, 가타카, 블레이드 러너, 클라우드 아틀라스,오블리비언 등 인간의 유전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참 많은데요. 이 영화들은 모두 고도화된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미래 세계의 모습을 화려하게 그려내었습니다. 당연하지 S.F니까 슝슝 날아다니고 순간이동하는게 당연하죠~ S.F가 정적이면 그게 무슨 볼맛이람? 하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것 같아요.


그러나 <네버렛미고>는 그간의 S.F영화는 다른 방식을 취합니다. 한적한 시골섬과 스산하게 부는 바람, 주인공들이 입은 낡은 티셔츠 등을 통해 관객들이 늘 상상해오던 미래세계의 환상을 조용히 부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주제가 아니라 ‘설정’일 뿐이죠. 여러가지 기술을 선보이며 화려한 묘기를 부리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그려내는 형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원작 + 마크 로마넥의 표현력


<네버렛미고>는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원작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마 이 영화에서 그런 부족한 부분을 감독이 어느 정도 채워준 것 같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로마넥'은 화려하지 않지만 수려한 느낌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연출했습니다. 강렬한 색상 하나 없이도 충분히 우아한 느낌으로 영화를 담아냈어요. 이미 이 영화를 본 분들도 마크 로마넥 감독 특유의 영상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그들은 왜 순응하는가?


‘클론’으로 태어나고 ‘클론’으로 죽어야 하는 운명. 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본인의 운명을 알고 있습니다. 골수를 뽑아가고 장기가 하나하나씩 빠져가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그들은 운명을 거부하려 하지 않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도망치기만 하면 복제인간의 굴레를 벗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인간들은 그들을 세뇌시켰고 철저하게 ‘도너(donor)’로 키웠습니다. 죽음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랜시간 함께 하기 위해 죽음의 시간을 늦춰달라는 것이 그들의 작은 희망입니다.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먹먹하다’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정말 말 그대로 먹먹함을 느꼈달까요?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이기 때문에 운명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생존 본능조차 잃어버린 그들의 모습이 참 애잔했습니다.

 

 

 

<버려진 물건들이 이 아이들에겐 가장 큰 기쁨>

 

 

<학교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그들에겐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것 조차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


복제인간을 가둬놓고 키우는 시골의 기숙학교 란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아이들은 보통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교육 받거든요. 어린 시절, 철저히 격리되어 생활해 온 아이들은 사회에서의 가벼운 일상생활도 두근거리는 일이 되는데요. 가령, 식당에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를 역할극을 통해 학교에서 배웁니다;;; 보통 인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들이 이 클론 아이들에게는 힘겹게 배워야 하는 숙제인거죠.
또한 헤일셤의 축제에서도 특별한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은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기다리듯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소중한 보자기 속에서 꺼낸 것은 화려한 선물 상자가 아닌 낡은 중고품들. 팔이 떨어진 인형,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단추 등 누군가가 버린 물건들이 그들에겐 최고의 장난감입니다. 이것은 마치 인간들의 고장나고 부서진 몸에 복제인간의 장기를 뺏어 자신의 몸에 끼워 맞추는 듯한 잔인한 상징성이기도 합니다. 

 

 

 

 

명배우 3인방


사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앤드류 가필드 때문에;;;; 이 분의 수려한 외모와 훤칠한 키로 힐링을 좀 받으려고 봤던 영화였죠. 그러나 당시 떠오르던 캐리 멀리건과 영국 대표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셋의 연기 조합은 과히 환상적이어서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듯 화딱지 나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본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앤드류 가필드는 찌질스러움이 절정에 달한 캐릭터라 하하하하하ㅜ_ㅜ 하며 볼 수 밖에 없었죠 ㅋ 그래도 이 3인방은 그들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주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들과 많이 달랐나요?


그들의 삶고 슬프고, 그들의 사랑도 슬픈데, 영화는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냥 묵묵하게 이들이 인생이 이렇네요… 말하는 듯 호들갑 떨지 않는 연출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에겐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죠.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따스함을 지닌 이 복제인간들의 이야기. 신체의 일부를 하나씩 잃어가는 친구를 저 세상으로 보낸 후 그녀는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말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들과 많이 달랐나요?” 

  


아…왠지 쓰면서 제가 다 기분이 다 착잡해지네요;;;;
사실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 눈 오는 날 감성을 자극할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엇보다 관객을 반성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연말인데도 주말에 스케쥴이 없는 분들은 참고해서 보시길 바랍니다ㅜ_ㅜ
저는 다음에 또 다른 영화를 소개해 드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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