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르고 싶을 때 보면 더 지르고 싶은 지름신 가이드 #8

음식물처리기


지난 5월 어느 날이었죠. 서울 송파구의 한 원룸에 살고 있는 저는 현관문 앞에서 한 플라스틱 용기를 발견했습니다. 집마다 하나씩 배정된 걸로 보아 아마도 집주인 가져다 놓은 듯 했죠. 이 용기가 의미한 것은 오는 6월 1일부터 모든 음식물쓰레기는 이 용기에만 담아서 버려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는 그냥 집 앞에 항상 파리가 꼬여있는 큰 통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왔는데, 앞으로는 버릴 때마다 용기에 납부칩을 부착해야 수거해 간다고 하네요. 가뜩이나 겨울에서 봄이 지나는 동안 난방으로 인한 가스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는데, 다가오는 여름, 무더위에 에어컨 킬 생각에 전기세 걱정을 슬슬 예상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짐이 하나 더 생긴 거죠.


한달 남짓 지난 지금, 다행히 아직까지 용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걸지도, 그 동안 공짜로 버려왔던 음식물쓰레기를 돈 내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그럴 지도 있겠지만, 본의 아니게 음식물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자는 종량제 본래 취지에 잘 따르고 있는 듯 하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다짐(?)도 희미해지겠죠?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는 아무래도 간지가 않나. 하지만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한때 주방의 새로운 필수가전으로 떠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전기세와 소음, 악취 등으로 한 순간에 훅하고 가버린 음식물처리기가 떠올랐습니다. 어쨌든 돈을 써야 한다면 음식물처리기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 저뿐만이 아니었는지 요즘 음식물처리기가 다시 옛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몇 해가 지났으니 음식물처리기의 문제점도 어느 정도는 개선되었겠죠?





음식물처리기는 이름 그대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제품입니다. 크게 건조방식과 냉동방식, 탈수방식, 미생물방식으로 나뉘죠. 방식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어 어떤 방식의 제품이 적당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어떻게든 먹어 치워 스스로 음식물처리기가 되는 것도 고민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에는 해롭겠지만요.





음식물처리기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건조방식입니다. 건조방식은 다시 온풍건조와 분쇄건조로 나뉘는데, 우선 온풍건조방식은 뜨거운 바람으로 음식물을 바짝 말려 부피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예전 음식물처리기 전성기 때 비비드한 컬러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가정주부의 지갑을 열게 만든 루펜리가 바로 이 온풍건조방식을 사용합니다. 온풍건조방식의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악취. 바람으로 건조시키니 악취가 날 수 밖에 없죠. 물론 탈취필터가 있어 집안 곳곳에 악취를 풍기는 건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온풍건조방식을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건조시키기 위해 뜨거운 바람을 만들어 내는 게 겨울철 난방기기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기세. 역시 돈이네요.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분쇄건조방식은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간 다음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방식에 비해 처리시간이 짧다는 것과 완전 건조가 끝났을 때 거의 가루 수준으로 배출되어 가장 부피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뼈처럼 딱딱한 물질은 분쇄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분쇄시 소음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뜨거운 바람만 불어대는 온풍건조방식에 비해 매커니즘이 복잡해 가격이 높은 편이죠. 예전에 지동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갈릴레오' CM송으로 관심을 끌었던 웅진코웨이 클리베가 분쇄건조방식 음식물처리기입니다.





사실 냉동방식 음식물처리기는 '처리'보다는 '보관'의 목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냉동실에 보관하곤 하죠. 매일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이 종량제 봉투나 용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니 파리가 꼬이기 전에 얼른 냉동실에서 얼려버리자는 것이죠. 꽁꽁 얼리면 아무리 더러운 음식물쓰레기라도 냄새가 나지 않고 버릴 때도 깔끔하게 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부피는 그대로인 점이 아쉽죠. 최근 동양매직에서 냉동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선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탈수방식의 음식물처리기는 간단히 세탁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세탁기가 젖은 세탁물의 물기를 짜는 것과 유사하게 음식물쓰레기를 스크류로 압축, 탈수해 처리하는 방식이죠. 본래 탈수방식의 음식물처리기는 싱크대 하단에 직접 설치하거나 주로 대규모 식당에서 사용하는 대형 제품이었지만, 한일전기에서는 가정용 탈수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격도 다른 방식에 비해 착한 편. 물론 종량제 봉투나 용기에 옮겨 담아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합니다.





올해 초였나요? SBS '인간의 조건'에서 일주일 동안 쓰레기 만들지 않고 살기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개그맨 양상국이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키웠었죠. 미생물방식의 음식물처리기도 비슷한 방식입니다. 지렁이대신 미생물이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키고 분해하는 방식이죠. TV에서 보니 양상국의 지렁이의 경우 그리 큰 효과는 없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미생물은 번식력이 강해 하루만 지나도 대부분이 분해된다고 하네요. 모든 음식물처리기 중 가장 친환경적인 미생물방식. 현재는 거의 대형 제품뿐이라 앞으로 가정용 제품이 더욱 많이 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